1.슬로우 캐빈의 intro
슬로우캐빈을 설치한 이곳은 섬(전남 신안)의 외딴 구석입니다. 이곳을 처음보았을때 전봇대조차 없는
태고의 모습을 보고 산뜻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래전 이땅을 일구던 사람들은 상수도와 전기가 없는 이곳을 사용하였겠구나..싶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에 집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도전의식이 생겼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멈춘듯해보이는 이곳에 우리의 생각과 철학을 담은
캐빈을 설치하고싶었습니다. 9년차 전국으로 타이니하우스를 설치해오고있는 이시점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을때 "우리가 이곳에 살고싶은 캐빈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의 고민과 경험을 작정하고 캐빈으로 담아보았습니다.
이곳까지 누가 올사람도 딱히 없지만 동네 어르신이라도 산보중 반가운 마음으로 대문도없는
이곳까지 들어올경우를 대비해 전면은 큰 창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가로로 길고 폭(높이)가 좁은
고정창으로 넣게되었습니다. 신안이 서해에있어 중학교때 암기했던 밀물과썰물의 조수간만의차이가 큰곳이라는
기억이 다시금 생각나기도합니다. 물론 조수간만의차이로 보여지는 바다뷰는 저에게 지루할틈을 주지않습니다.
캡슐머신으로 간단하게 에스프레소 한잔 내려서 Ash 통원목으로 만든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 멈춰버립니다.
2. 슬로우캐빈 작정하고 주말을 즐기자.
저희 부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동안은 함평에서 지냈습니다.딱히 주말이란게있지도 않았습니다.
함평은 마룸의 공장과 쇼룸이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5일동안은 공장을 지키면서 출고될 모델들이 잘 만들어지고있는지도 체크해야하고 , 자재 발주도 해야하고, 예약상담도 해야합니다.
또 함께 살고있는 루피와 뚜피(반려견 모녀)를 케어해줘야합니다.마찬가지로 정신없이 5일이 지나가버립니다.
육체노동보다는 정신노동을 해야하는 삶을 살고있었습니다.
정신노동중 한번씩 일탈 하고싶을때 새로운 모델이 나오기도합니다.
그리고 시골의 밤은 도시보다 일찍 시작됩니다.
저녁 7시만되어도 함평읍내는 사람이 없고 어둠의 적막이 흐릅니다. 당연히 배달음식문화도 활발하지않습니다.
반복적인 삶을 살다보니 우리를 되돌아볼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질때쯤 이곳을 발견하게됬고 슬로우캐빈을 설치하고부터는 평화로운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지 멍때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생각을 비우다보니 평일과 주말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게되고 평일동안 열심히 일해서
얻은 달콤한 휴일을 이곳에서 최대한 멋드러지게 보내고있습니다.
3. 슬로우캐빈으로 부부는 더욱 가까워진다.
결혼 8년차인 우리는 원래도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생기고 더욱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진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주말에 집에있으면 주로 NEFLEX를 보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같이 있기는 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자연속에있는 슬로우캐빈에 오롯이 같이 시간을 보내고, 같이 일상적인대화를 나누면서 훨씬 더 친구 같은 부부가 된것 같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이라곤 초입에 있는 교회 목사님 가족들이 전부라 하루내내 한두명 볼까 한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함께있는 서로에게 더욱 의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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